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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해안산책로 - 절영해안산책로

대대적인 정비 필요하다

 

영도의 관문 영도대교, 부산대교를 지나 영선동 아랫로타리에서 제2송도 바닷가 쪽으로 500m 정도 가다보면 반도보라아파트가 나타나고 이어 산책로 입구에 위치한 관리동 및 휴게시설이 산책객을 맞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해안산책로, 바로 ‘절영해안산책로’다.
   
남항대교를 배경으로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각종 선박, 그리고 기암절벽이 어우러져 부산만의 독특한 풍광을 자랑한다. 맑은 날이면 대마도를 볼 수 있는 이곳에는 해조음과 자갈 구르는 소리가 들리며 곳곳에는 장승과 돌탑, 출렁다리, 장미터널, 파도광장, 모자이크벽화 타일, 피아노계단, 무지개 분수대 등의 볼거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은 지난 1997년에 공공근로 인력을 활용해 조성된 약 3km 길이의 해안산책로다. 당시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정부로부터 500만 원의 포상금까지 받았다.
   


1997년 12월 3일,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지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가 경제가 위기를 겪게 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에서 요구하는 조건들을 수행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회사들의 부도 및 경영위기를 맞았고 대량해고와 경기악화로 인해 온 국민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실업자와 노숙자 증가가 가장 큰 사회문제였는데 금융지원을 받은 후 실업자는 150만 명을 넘었으며 사업의 실패와 실업으로 인해 노숙자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때 영도에서는 이들을 활용해 공공근로로 ‘해안산책로’를 조성했다.
   
이처럼 절영해안산책로는 여타 다른 산책로와는 달리 영도구민들의 피와 땀이 어린 노력으로 조성된 구제금융의 아픔을 딛고 조성된 해안길이다. 처음부터 관광자원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그리고 절영해안산책로의 성공에 힘입어 이후 제주도의 올레길 등 대한민국에 해안산책로 ‘조성 붐’이 일은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절영해안산책로는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구간으로 전락했다. 물론 영선동 반도아파트 쪽 입구에서 해안터널까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터널 입구에서는 송도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길게 줄을 서는 풍경까지 연출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터널을 지나 계속 이어지는 산책로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입구부터 해안터널까지는 온갖 시설로 볼거리를 많이 조성해두었지만 이후 중리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볼만한 특별한 ‘시설’이 없다. 매점용 시설도 방치된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반도아파트에서 해안터널까지만 산책로인 줄 안다.
   
해안길을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지난 25여 년이 지나는 동안 이곳은 변한 게 없고 오히려 퇴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길이 지금은 맨땅에 걷는 상황이라 구분이 힘들고 걷기도 힘든 구조다. 잔돌 사이에 묻힌 좁다란 길을 비롯하여 철조망에 의지해서 겨우 걸을 수 있는 위험한 구간이 존재한다. 또 일부 구간에는 높은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마저 사실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발을 디딜 때마다 불안감이 드는 스텐철재 계단이다. 거기에다 급경사 계단으로 설치된 지 수십 년 된 계단이다.
   


이렇게 된 것은 그만큼 지자체에서 이 해안산책로를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20년 전 시설 그대로인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극단적으로 말해 지자체장이 이미 조성된 산책로이기에 자기의 업적이 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마디로 푯대가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지형적으로 나름의 고충이 있긴 하다. 이곳은 태풍이 오면 바로 직격탄을 맞는 구간이기 때문에 덱 시설이나 조형물 등을 쉽게 설치할 수 없는 한계도 있다. 그동안 시설물이 많이 생겼고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진 것이 많은 이유다. 태풍에 파손되는 등의 상황으로 철거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산책로 정비는 주로 입구에서 터널까지만 이루어졌다. 더 이상 다른 구간에서는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관광객들이 흰여울길을 걸은 후 내려와서 해안터널까지만 갔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유다.
   


사람이 걷는 길은 변하고 또 변해야 한다. 지난여름 몇 차례의 태풍으로 인해 완파가 되어 산책로는 현재 정비한다고 통제 중이다. 태풍 피해로 인해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아마도 이번에도 땜질식 보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기회에 아예 새롭게 조성하기를 제안한다. 적어도 사람들이 걷는 길이라도 제대로 조성해서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되도록 하자.

 

<홍성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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